딸과 처음 떨어져 보낸 하루, 짧지만 긴 여운

처음 맞이한 하룻밤 외박

2025년 7월 31일부터 8월 1일까지, 딸아이가 지역 아동센터에서 1박 2일 단체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하룻밤 외박이긴 해도,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와 떨어져 보내는 밤이었죠.

평소 독립심이 강한 아이라 걱정은 별로 없겠거니 했는데, 막상 캠핑 가방을 챙기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꼼꼼하게 이것저것 챙기려는 모습은 혹시 모를 불안감의 표현처럼 보여서, 괜히 저도 마음이 싱숭생숭해졌어요.

‘절반은 독립시켜야지’ 했지만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니까, 절반은 독립시켜야지.’ 늘 그렇게 말하며 마음을 다잡아왔지만, 막상 이런 날이 다가오니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하루쯤 떨어져 있는 게 뭐 대수냐 싶으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뜻밖의 공허함, 그리고 보고 싶은 마음

요즘 사춘기의 문턱에 선 딸아이는 예민한 날이 많아졌고, 부쩍 저와 부딪히는 일도 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캠핑은 제게도 잠깐 숨 고를 시간이 될 거라 기대했죠.

오랜만에 남편과 외식을 하고 영화도 보기로 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분명 데이트 중인데도 마음 한켠이 허전했고, 저녁이 되자 아이가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이런 게 혹시 빈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 증상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슈퍼맨과 아기의 장면에서

영화관에서 슈퍼맨 영화를 봤습니다. 그 안에서 메타몰포의 아기가 위험에 처하자 슈퍼맨이 구하러 가는 장면이 나왔는데, 순간 울컥했습니다. 괜찮을 거라고 믿으면서도, 제 아이가 낯선 캠핑장에서 잘 지내고 있을지 걱정이 계속 들었습니다.

다시 돌아온 익숙한 일상

다음 날, 피곤한 얼굴로 돌아온 딸은 여전히 평소와 같았습니다. “공부하라”는 말에 금세 투정을 부리는 걸 보니, ‘아, 우리 일상은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그 하루 동안 저는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도 독립이 필요한 시간

저는 아직도 아이를 꼭 끌어안고 놓지 못하는 고슴도치 엄마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조금씩, 제 마음의 독립을 준비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어요.

딸은 점점 자라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 제 곁을 떠날 테니까요. 그때가 오면 ‘이제부터는 내 삶을 즐겨야지’라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저도 저만의 기반을 지금부터 하나씩 다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한 하루, 그리고 홀로 남은 하루

딸과 처음 떨어졌던 하루는 짧았지만, 제게는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독립은 아이만이 아니라, 엄마인 저에게도 필요한 일이겠지요.그리고 그 시작이 바로 지금이라는 걸 깨달은 하루였습니다.